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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지

부산 중앙동 40계단 위치와 40계단 문화관

by 쏘린포 2026. 2. 10.

중앙동은 부산 토박이인 나에게 너무나 익숙한 곳이다. 20-30대를 함께 보냈다고 해야 할까. 아니 20대 보단 30대를 이곳에서 찐하게 보냈던 것 같다. 당시 퇴근을 하면 중앙동이 일터인 친구를 만나러 일주일에 2번은 갔던 동네. 그리고 중앙동역 근처에 대기업부터 작은 사무실까지 다양해서 점심시간이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 그래서 상대적으로 주말에 방문하면 너무나 한갓진 동네 부산 중앙동. 그리고 당시엔 잘 몰랐던 역사가 있는 그곳의 40계단. 이 40계단이 중앙동의 중앙광장 느낌인데 이곳을 중심으로 식당과 카페가 즐비해 있다.

내 기억 속의 40계단을 오랜만에 방문해서 감회가 남달랐던 어느 가을날의 기억을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1. 40계단 위치

중앙동 40계단은 부산 지하철 중앙역 11번 출구로 나오면 차 전시장이 있는데(아주 오랫동안 렉서스 매장이었는데 BMW로 바뀜) 그 전시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한 눈에 작은 계단이 보이기에 누구나 찾을 수 있다. 40계단은 좁지도 그리고 넓지도 않은 왕복 2차선 정도 되는 길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고, 계단 앞으로는 어린 아이들의 개구진 동상(피란시절모습)이 있기에 누구나 찾을 수 있다. 10여년만에 방문했지만 그 때의 동상은 그대로였다. 물론 앞에 즐비하던 카페는 주인이 바뀐 곳도 있고 새로 생겨난 가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주 조용한 일요일에 방문했더니 사람이 너무 없어서 스산한 느낌.

복병산 주택가와 해안가 매립지를 연결하는 통로였던 40계단은 6.25전쟁 때 헤어진 가족의 상봉 장소이기도 하고 그 옛날의 피란만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원래 있던 40계단은 1953년 부산역전 화재로 불탔고, 그 이후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현재의 40계단이 조성되었다 한다. 그리고 그곳으로 걸어가다보면 있는 오래된 빵집. 친구와 저녁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때면 그곳에 들러 빵을 곧잘 샀었는데 아직도 그대로여서 반가웠다.

 

2. 40계단 문화관

10년전에 없었던 40계단 문화관을 우연히 발견했다! 6살인 아이와 가위바위보를 하며 40계단을 다 오르니 40계단 문화관 이정표가 보인다. 순간 읽으면서 '40계단 문화관? 뭐지?' 하면서 이정표를 따라가보니 좁은 건물 사이로 정말 문화관이 있었다. 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곳인데 외국인들도 보이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정말 그 옛날 피란민들의 사진과 오래된 영상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 6살인 아이에게 전쟁이 무엇인지 배고픔이 무엇인지 설명한들 알 수 없겠지. 하지만 지금의 아이가 이 자리에 있기 위해 옛날의 저런 시절을 이겨낸 어른들이 있었으니 가능했을 것이다. 들어도 마음에 와닿지 않고 완전히 알 수 없겠지만 열심히 설명해줬다. 사진을 보곤 아이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상황 투성일테지만 내가 설명해 줄 수 있는 한 노력은 했다. 초등학생 정도 돼서 데리고 오면 그 땐 역사도 좀 알테니(그래서 아직 유아에게는 무리인 공간) 초등생 이후로는 산책 삼아 방문하기 딱 좋은 곳이다. 그나마 빨리 문화관에서 나가자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문화관까지 관람하고 다시 40계단을 내려오다보니 오래된 인쇄골목이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길 건너 광복동까지 이어지는 길이 보인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다른 곳은 문 닫고 스타벅스만 열려있는데 그 와중에 젤라또 집이 눈에 띄였다. 마침 시기가 할로윈을 앞두어서 여기저기 스푸키한 것들로 꾸며놓은 공간. 하지만 해골을 무서워하는 아이는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안절부절이다. 하하하.

젤라또 한 컵을 주문해서는 40계단 앞 동상 근처에 앉아 아이와 젤라또를 나눠 먹는다. 10년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 내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고 그 아이와 걸어서 이곳을 거닐며 아이스크림이라니!

얼마나 살만한가. 삶을 통째로 놓고 보면 서글프고 힘듦이지만 매 순간순간을 이런 작은 것들로 채우고, 잠깐의 이런 행복함과 충만함 그리고 감동이 있기에 오늘도 그 힘으로 살아간다. 버티고 버티면 시간의 힘이 강해져서 그 힘이 나를 이끌어 주겠지 싶다.

행복했다. 가을날의 중앙동 40계단 산책. 먼저 이 산책을 제안해준 아이에게 감사하다. 사랑해. 오늘도 너를.